[주민소통기자단] 김현정기자, '길에서 만난 길고양이 급식소, 함께 공존하는 방법'
등록일 : 2020.01.09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바로 앞에서 이아옹 소리를 내며 가만히 앉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덩달아 맞장구를 쳤습니다. “이아옹~” 그랬더니 또 소리를 냅니다. 저도 질세라 또 한번 했죠. 이렇게 몇 번을 서로 반복했어요. 사실, 길에서 보는 고양이와 이렇게 소통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신기했어요. 왠지 사람을 잘 따른다는 느낌이 들었죠.



 그러면서 몇 발자국 더 가다가다 순간 걸음을 멈췄습니다. 고양이는 저를 따라왔고요, 제 앞에는 무언가 네모난 박스가 있더라고요, 얼마 전까지 거리를 들썩이게 했던 크리스마스 장식도 붙어 있어서 누군가가 계속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박스가 뭔지를 알고 나서는 지나칠 수 없었어요,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한 고양이가 눈에 밟혔답니다. 저 초록색 글씨 ‘관악구 고양이 급식소’라는 단어를 읽고는 무언가를 해주고 싶더라고요.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이 길을 처음 지나간 것도 아닌데, 이번에 처음 봤거든요. 새로 이곳에 생긴 건가 싶기도 하고 우선 설명을 읽어봅니다.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관악을 위하여 관악구에서는 주민과 관악길고양이보호협회가 함께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 관리합니다.” 관악구에 넘쳐나는 길고양이를 위한 대책으로 마련한 거네요.


 고양이 울음소리, 특히 서로 먹이를 먹으려고 다투는 날카로운 소리는 주민들에게 충분한 스트레스로 다가가죠. 또한 먹이를 찾지 못하는 길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찢으며 먹을 것들을 찾는지라 거리를 더럽히기도 하고요. 도시에서 길고양이와 공존하는 하나의 방법을 만들어낸 겁니다. TNR, 즉 중성화수술을 통해서 거리 고양이들의 개체수도 조절하고 있다니 주민들 스스로도 함께 살아가는 동물로 조금씩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박스 아래에는 고양이 사료보관소가 있어요. 이곳에 있는 사료와 물을 이용해서 누구나 맛있는 한끼를 줄 수 있는 겁니다. 가만히 서서 무언가 보고 있는 중에 어느새 고양이는 제 다리에 딱 붙어서 있더라고요. 어서 먹이를 달라고 말하는 듯했어요.

사실 지나가다 이런 일이 생기면, 가방 속에 있는 먹을 것 아무거나 주고 싶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는데요, 사람이 먹는 음식은 주면 안된다는 것!! 꼭 기억해주세요. 고양이 전용 사료와 깨끗한 물만 줘야 한답니다.



 제가 처음 본 터라, 그리고 어둠 속에서 어쩔 줄 몰라했던 터라 집에 와서 이런 곳이 있나 하면서 찾아보다가 깨달았습니다. 저 안에 있는 보관소에서 꺼내서 먹이를 줘도 된다는 걸요....



 길고양이 급식소는 2017년부터 길고양이협회와 관악구가 21곳에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었고요, 작년 초부터는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길고양이 급식소와 화장실을 관리하는 인력도 모집해서 일자리까지 제공하고 있었어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계속 뒤를 돌아보며 안쓰러워만 했네요. 고양이도 저를 계속 바라보는 듯했어요. 혹시 길을 가다가 급식소를 만나면, 길고양이에게 꼭 맛난 사료를 대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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